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꿈과 괴리된 현실 보여준 영화. 불후의 명작:미디어 리포트

꿈과 괴리된 현실 보여준 영화. 불후의 명작

2017-04-13     미디어리포트
'난생처음 가본 팬카페 정모' 불후의 명작 속 한 여배우의 팬이 되다

영화 <불후의 명작>은 우울한 감독의 이야기로 시작했다. 메이저 영화감독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으나 현실은 에로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. 자신의 꿈을 꾸고 있지만, 현실은 괴리된 상황. 그 속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. 영화 초반 나는 그에게 동화되어 나의 시선이 집중됐다.

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꾸는 감독 김인기(박중훈 분)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. 그렇게 영화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. 일단 그 영화도 좋았다. 배우 박중훈의 감독역할에 청춘의 나이인 나는 감정이입이 완전 돼버렸기 때문이다. 마치 꿈을 쫓아가지만 현실은 남루한 청춘들의 모습 같았다고나 할까?

<불후의 명작> 다시 볼수록 보이던 극중 소외된 그들



ⓒ시네마서비스

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를 자꾸 보다 보니 그보다 눈에 자꾸 걸리는 배우가 있었다. 극 중 감독의 역할보다 더욱 안타까운 영화 속 배우들. 감독 인기가 제작하는 그의 에로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. 그 배우들 속의 한 여배우.

자신의 처지에 방황하며 고뇌하는 감독. 그런 김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그들. 코믹한 설정이었지만 난 그저 코믹하지만은 않았다.

영화 속 그들은 어쩌면 인기(박중훈 분)처럼 고뇌와 방황할 틈도 없어 보였다. 자신의 삶은 그저 생계며 수단이고 꿈은 있지만 정말 요원해 보이는 그들. 자신의 존재감을 자신을 나약하게 생각하며 감독에 대한 마음을 접는 극 중 진희(김여랑 분)역. 그런 그녀에게 점차 더 감정이입이 돼 버렸다.

사실 오래된 영화라 그 전체 내용이 정확히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. 대략적인 그 내용. 그 속에서 빛난 박중훈과 더불어 너무도 청순하게 아름다웠던 송윤아. 그리고 영화 속 처량한 처지가 더 몰입하게 하여 나를 잠시 '덕후'로 만든 배우 김여랑. 그렇게 나는 영화 속 에로배우로 분한 애로사항(?) 많은 배우 김여랑에 꽂혔다.

그 영화 속 진희(김여랑 분)는 술에 취해 현실을 버거워하면서도 자신의 꿈과 자신의 사랑을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. 두려움과 사랑을 갈구하는 눈망울로 김 감독을 쳐다보며 마지막 돌아서는 순간. 그 시점은 20대의 나에게는 현실의 벽에 막혀 사랑을 포기하는 수많은 젊은이의 모습이 투영되기조차 했다.

그 여배우는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나는 그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하여 꽂히게 됐다. 그 여배우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서 나는 그 당시 유행이었던 다음카페를 검색했다. 그 당시 폭발적 유행을 하던 다행히 팬카페가 개설돼있었다. 엄청난 인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팬카페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기뻤다.

영화로 인해 돌변한 나... '덕질' 시작



사진 배우 김여랑

카페 가입 뒤 내가 그 정도로 변할 줄 몰랐다. 그저 삶에 지쳐 직장의 매인 나에겐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까? 카페 가입을 하자마자 그날부터 '덕질'이 시작됐다. 매일같이 댓글을 올리고, 관련 기사를 퍼 나르는 등 정말 덕후같이 살았다. 연애편지도 잘 안 쓰던 내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나조차도 신기했다.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지만, 그 덕후질은 그저 부담이 아닌 활력이었다.

카페에 배우 김여랑의 사진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았다. 그 당시 유행하던 태그 등을 섞어 음악과 글이 나오는 요상한 플래시 편지를 만들기도 했다. 그렇게 다들 찬양했다. 우상숭배 하듯 카페 분위기가 점점 붐 업 되기 시작했다. 그러던 어느 날 카페운영자의 공지. 단체채팅방에 배우 김여랑씨가 오신다는 예고. 그저 예고였을 뿐인데 나는 심장이 콩닥콩닥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.

'두~둥~~.'

기대하던 그 날 드디어 그녀가 입장했다. '헐~ 대박'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나도 믿기지 않았다. 내가 여배우와 채팅을 한다니. 물론 단체 채팅이었지만 그 당시 20대의 나는 놀람의 연속이었다.

팬이란 이런 것일까? 아니면 본능적 표현이었던 것일까? 우리는 서로 질세라 찬양경쟁이 뜨거워졌다. 극찬과 화답이 연이었다. 왜 콘서트에서 소녀 팬들이 비명을 지르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. 우리는 숭배 같은 극찬 의식을 이어갔다. 그런 몇 번의 단체채팅방의 화사한 분위기 뒤에 어느 날. 카페운영자의 또 다른 예고. 정모를 한번 추진해보면 어떨지 회원들의 의사를 타진했다.

"오케이~~요~~."

난 당연히 외쳤다. 나뿐만 아니라 카페회원들이 동조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. 그날 바로 정모날짜를 확정했다. 장소는 홍대. 우리는 배우 김여랑씨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게 됐다.

'소탈'했던 배우와 '심쿵'했던 정모



정모 날. 난 그날 태어나서 처음 홍대를 처음 가봤다. 길을 못 찾아 헤매는 나를 카페에서 친해진 분이 직접 찾으러 나와 주셨다. 그렇게 평소 서로를 챙기던 카페회원들과 오프라인에서 인사를 나눴다.

실제 본 배우 김여랑씨는 소탈했다. 권위의식 없이 털털하고 편하게 대해줬다. 마치 오래 알던 친구 같았다. 그녀가 구심점이 되어서였을까? 그날 팬카페 회원들은 정말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순식간에 친해졌다. 그날 밤 다시 못 만날 사람처럼 웃고 떠들고 이야기했다.

유쾌한 분위기 속 1/N을 위해 우리는 회비를 걷었다. 그런데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1차 삼겹살집 모임을 배우 김여랑씨가 계산했다. 하지만 그날 팬들이 선망하던 여배우의 사인은 고깃집 사장님만 받은 셈이 됐다.

"다음에 만나면 꼭 사인해줄게요."

수도권에 살던 나는 막차 시간이 다가오자 경황이 없었다. 시간이 흘러감에 초조해서 싸인 받을 준비도 정신도 없었다. 그러다 "다음에 만나면 꼭 사인해주겠다"는 배우 김여랑씨의 말을 듣고 막차 시간 때문에 급하게 택시를 탔다.

그 사인은 결국 받지 못했다. 삶의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다 그러하듯 나도 안타까운 약속으로만 남았다. 그 이후 카페운영자의 입대와 다시 참가하지 못했던 정모로 인해 결국 나는 사인을 받지 못했다. 그 후 다시 싸인 받을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.

나도 영화 속 진희(김여랑 분)와 김인기(박중훈 분) 감독처럼 나 자신의 삶에 치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리라. 아마도 극 중 진희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뒤돌아서는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시절들이었기에.

퍽퍽한 청춘의 시절 나를 잠시나마 정신 나간 행복한 덕후로 만든 여배우와 그 영화.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여배우와 그 팬카페 친구들.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? 아직 나와 그날의 팬들은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. 이 자리를 빌려 그 당시의 반가움과 설렘을 담아 안부를 전한다.

"잘 지내고 있나요? 늘 응원합니다. 근데 참 사인 언젠가는 꼭 해주실 거죠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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